갚을 수 없는 빚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택배업 종사자 20대 김 씨는 은행 비상금대출 300만 원의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 불법사금융에 손을 댔다가, 결국 1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코인과 주식 투자 열풍, 그리고 이로 인한 빚의 악순환은 이제 한국 사회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피해사례 1: 300만 원이 1억 원의 빚으로
김 씨의 경우 이자를 충당하기 위해 타 대출을 찾았지만 허락한 곳은 불법사금융뿐이었다.불법 중개수수료를 지불하며 대출을 시도하던 중, 대출을 위해 타 통장으로 이체를 도와달라는 요구에 응했다가 이른바 '인간 대포통장'으로 전락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하며 변호사비로 1,000만 원 상당의 부담이 더해졌다.
1·2금융권은 물론 서민의 마지막 급전 창구 역할을 하는 3금융권인 대부업마저 신용대출을 조이면서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체 대부업권 대출 잔액은 2021년 말과 비교해 25%나 줄어들었고, 이는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피해사례 2: 코인 투자 실패, 100배 레버리지의 함정
코인 투자 실패로 빚을 떠안은 남편과 이혼을 고민 중인 여성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결혼 4년 차 부부는 남편의 100배 레버리지 코인 투자 실패로 위기를 맞았다. 고위험 투자 방식인 레버리지 거래는 작은 가격 변동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코인 투자로 억대 빚을 진 것도 모자라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 했던 남편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투자가 오히려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간 것이다.
피해사례 3: SNS 통한 불법 추심, 극단적 선택까지
최근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에서는 불법사금융업자들이 SNS를 통해 채무자의 개인 정보를 유포하며 추심을 강화하는 실태가 보도됐다. 한 채무자는 극심한 압박으로 인해 투신을 시도하여 현재 거동이 어렵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유치원생인 딸을 홀로 키우던 30대 여성이 연 3,000%의 고리 불법 추심을 당하다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사채업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급증하는 불법사채, 떨어지는 검거율
2021년과 2024년(1~10월)을 비교하면 미등록 대부업체 운영 등 대부업법 위반은 672건에서 1,350건으로, 협박·불법 추심 등 채권추심법 위반은 382건에서 908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검거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대부업법 위반은 77.8%에서 63.4%로, 채권추심법 위반은 68.6%에서 52.3%로 떨어졌다.
경찰은 "사채업자들이 대포폰으로 연락하고, 대포통장으로만 거래해 돈을 빌리는 이들조차도 정확한 업체명이나 업자 이름 등 신상을 몰라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불법 추심의 실태
금융위원회가 채무자대리인 무료 법률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9%가 불법추심을 경험했으며, 불법추심 유형으로는 가족·지인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가 7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불법 추심을 경험한 이후의 생활 변화도 심각하다. 전화받는 것이 두려워졌다는 응답이 78.9%, 가족을 보기 불편해졌다는 응답이 71.1%에 달했다.
해결 방안은?
불법사채 피해자들은 시민단체를 통해 신고·상담을 받을 수 있다. 채권추심자가 채무자나 관계인을 폭행·협박하거나, 가족에게 대신 갚으라고 종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코인이나 주식 투자로 인한 빚의 경우,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절차를 통해 재기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투자가 합리적이었는지, 아니면 무분별한 투기였는지를 엄격히 판단한다.
정부는 2020년부터 불법사금융업자 등으로부터 불법 채권추심 피해를 입은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채무당사자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가족·지인 등 불법추심 피해를 입은 관계인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
예방이 최선
빚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온라인 대출 광고를 접할 때는 반드시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정부지원', '무심사 승인' 등의 문구로 접근하는 광고는 개인정보 제공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는 잃어도 되는 돈으로만 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레버리지를 활용한 고위험 투자는 순식간에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빚의 늪에 빠졌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법률 지원, 채무 조정, 개인회생 등 다양한 해결 방법이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다.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대응을 미루다가는 피해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